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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가 산타를 종교로 삼는다고 하면 그 마을은 꽤 기괴할 것이다. 그들은 언젠가 찾아올 12월 25일의 구원을 기다리며 울면 안된다는 율법을 만들 것이다. 우는 아이는 지옥 불에 떨어질 거라고, 산타를 언제나 믿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과학보다 더 강한 믿음을 강요할 것이다. 율법을 지키면 사후에 우리는 산타가 있는 곳에서 매일 원하는 선물을 받으며 행복할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들은 붉은 헝겊 양말에 대고 기도하며 산타께서는 우리 모두를 지켜보고 있으니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할 것이다. 하룻밤 만에 전 세계를 돌며 모든 이들에게 구원을 선물한다는 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반면 산타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성전을 일으키고, 양말속에 폭탄을 넣어 던져서 그들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그들 중 또 일부는 정통 산타를 믿는 분파와 그의 하수인인 루돌프를 믿는 분파로 나누어져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벌일 것이다. 왜 할머니가 아닌 할아버지가 산타가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여성은 원죄가 있어 산타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저 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저렇게 산타를 믿는 자들을 지나칠 정도로 존중해왔다. 그들의 종교의 자유를 들먹이면서 '아무튼 그들의 믿음도 소중하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종교의 해악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그들을 과존중해온 건 일종의 비겁한 평화이다. 인류는 과거에 제정일치 사회였고, 종교인들은 일종의 권력자였다. 그리고 이런 세태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종교인들은 사회적으로 다수자에 속하기에 그들은 과한 대접을 받아왔다. 만약 마약중독자가 우리 사회에 다수라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그들의 '자유'를 운운하며 아무튼 그들의 행복도 소중하다며 중독자들을 그대로 두며 '존중' 하는 모습과 같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 할 수 있다.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신은 세계의 탄생에 관여하지 않았다. 신은 존재할 확률이 희박하다. 신에 대한 믿음은 우리 사회에 도움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무신론자가 되어야 한다. 너무 명확하고 통렬한 문장들이다. '만들어진 신'에서는 이 문장들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결국 신은 존재하지 않고, 신에 대한 믿음 역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전한다. 우리는 왜 그동안 신을 믿어왔던 걸까?
우리는 믿고 싶어하는 것과 실제로 그런 것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언제나 질서를 원하고, 딱 떨어지길 원하고, 그런 믿음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종교는 마녀사냥을 저질렀고, 과학도 우생학에 의한 학살을 벌였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세상을 보고 싶은대로, 통제하고 싶었던 욕망에서 기인한다.
이는 실존주의의 부조리론과 이어진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불행들, 모든 사건들은 사실 아무런 목적이 없다. 그냥 우연이 모든 것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모든 게 아무런 목적이 없다면, 단순히 운 때문이라면 우리는 너무나도 세상이 두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도망쳐왔다. 종교라는 좋은 도피처는 우리를 취하게 만들고, 모든 것을 외면하게 해주는 따뜻한 품이었다. 하지만 모든 공포는 직면으로 끝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결국 모든 공포는 우리가 정면으로 마주해야 끝난다. 언제까지 종교라는 공갈젖꼭지를 물고 있을텐가? 우리는 젖먹이가 끝났다. 이성과 논증으로 모든 세상을 바라볼 때가 되었다.
우리 삶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더 이상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자. 좀 더 강해지자. 불확실한 세상을 정면으로 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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