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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한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정의는 공공복리, 자유, 미덕 3가지 기둥이 받치고 있다.
공공복리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다. 하지만 이를 계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난을 당해 동료를 죽이고 그 시체를 먹고 생존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것이 공공복리적으로 옳은가?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모두 죽었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몇 명이라도 더 살아서 돌아왔으니 생존한 인원수를 계산해볼 때 도덕적으로 옳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단순하게 보지 말고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로 넓게 바라보자. 이 소식이 알려진다면 사회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극한 상황에서는 식인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결국 공공복리적으로 더 큰 손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처럼 공리주의적 관점은 시야만 바뀌어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공리에 의한 선택이 그에 따른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공리주의적으로 옳은 선택을 의도하였지만 실제로는 더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어릴 적 동화 '마녀의 빵' 에서는 빵집 주인이 매일 상한 빵을 사가는 가난한 남자를 보게 된다. 빵집 주인은 남자가 가난해 상한 빵을 사간다고 생각하고, 그를 돕기 위해 빵 안에 크림을 몰래 넣어서 준다. 하지만 그 남자는 사실 그 상한 빵을 지우개로 쓰기 위해 산 것이었고, 안의 크림 때문에 남자의 그림은 엉망이 되고 만다. 이처럼 공공복리는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 다는 점에서 허점을 지닌다. 게다가 어떻게 공공복리를 계산할 것인가? 도 문제가 된다. 애초에 계량화 할 수 없는 가치들을 강제로 수치화 시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드이다. 차량회사 '포드' 는 차량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았지만, 이 차들을 모두 리콜시키는 것보다, 그냥 피해자들의 사망 배상금을 지급하는게 더 싸다는 것을 깨닫고, 리콜하지 않았다. 공공복리만을 위해 가치를 계산하는 행위 자체가 공공복리를 해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를 생각해보자. 자유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나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소극적 자유의 형태로 다루었다.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들은 노동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본다. 일정 시간 투자해서 번 돈을 뺏어갔으니 그 시간동안 강제노동을 시킨것과 다름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은 강제 노동이 아니다. 일을 적게 하고 세금을 적게 내는 선택지가 있을 뿐더러, 일해서 돈을 벌 수 있게하는 환경 자체도 세금으로 만들어낸 기반시설이 있기에 가능한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자유에는 사실 무수한 운이 따른다. 우리는 자유롭게 일하고 그만큼 버는 것 같지만, 그 재능을 사회가 알아준다는 것이 기본 전제이다. 가령 인력거를 모는 재능이 있어도 지금은 그 재능을 높이 쳐줄곳이 없어서 지위를 획득하지 못할것이다. 반대로 억대 연봉의 프로게이머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유를 통해 획득한 모든 것은 정의와 무관한 운이 개입한다. 자유를 통한 설명도 정의를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이클 센델은 현대 사회에 잊혀져 가는 미덕을 3번째 요소로 말하며, 앞의 두 요소보다도 강조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공공선과 공동체의식, 그리고 연대는 그 자체로 목적이기 때문이다. 공공복리는 원칙 없이 계산만 하며 인간을 획일화 할 수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 낸다. 자유는 계산하지는 않지만 가치의 질적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즉 정의는 단순히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라는 저자의 주장이 잘 드러난다.
나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은 것 같다. 처음 말한 두 가지, 공공복리와 자유에 의한 정의는 잘 알고 있었지만, 미덕은 완전히 배재하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나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것 같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느라 자유는 생각하지만 미덕은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공공복리는 고려하지만 미덕은 고려하지 못하게 되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은 발전하였지만 발전된 사회로 인해 잃어가는 도덕적 가치는 없는지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미덕은 행동 이전의 과거를, 자유는 행동하는 그 순간을, 공리는 행동 이후의 미래를 보고 판단한다. 미래로 나아가되 과거를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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