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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에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은 기능과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아무런 기능이 없어도 존중 받을 수 있는가? 반대로 당신은 존중할 수 있는가? 우리는 기능과 존재, 2가지로 구성된다. 기능은 말 그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직장에 다니며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나. 훌륭한 자식 역할을 하는 나. 부모 노릇을 하는 나. 모두 우리가 해내는 기능이다. 반대로 존재는 우리의 몸뚱아리, 물질대사와 호흡을 반복하는 육신과 영혼 그 자체를 말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지칭할 때 이 둘을 분리해서 표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능과 존재의 경계선은 흐릿하며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경계가 첨예하게 유효함을 느끼는 순간이, 언젠가 오게 된다. 바로 우리의 기능이 변화하였을 때다. 만약 당신이 고시의 장수생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마침내 이번 시험에서 합격 발표를 받게 된다면 주위의 시선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다. 당신의 존재는 합격 발표 전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의 기능은 할 수 있는게 없었던 N수생에서 , 무엇이든지 가능한 합격생으로 바뀌었기에, 더 존중받는다. 반대로 당신의 기능이 추락하는 순간도 온다. 직장에서 잘리게 된다면? 피치 못할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면? 우리의 능력으로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은 부조리하고, 당신이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능력 밖의 재앙은 언제나 찾아온다. 그 상황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을 여전히 똑같이 존중할까? 적어도 이 소설에서 그레고르 잠자의 가족은 그러지 못했다. 그레고르 잠자는 거의 혼자서 가족의 모든 생계를 담당하였지만, 그가 갑충이 되어 더 이상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하게 되자, 그의 존재는 환영받지 못했다. 반대로 당신은 주변의 가장 친밀한 사람이 기능을 잃는다 해도 변함없이 그를 존중할 수 있는가? 정말로 이전과 온전히 동일한 태도로 그를 사랑할 수 있는가? 최종적으로. 당신이 기능을 잃었을 때 당신 스스로를 이전과 동일하게 사랑할 수 있는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평소 약자를 다하는 태도는 여기서 그 가치를 드러낸다. 나약하고, 사회에서 하찮은 역할을 맡고 있는 약자를 비웃어 왔다면, 그 태도는 모두 당신에게 그 순간 돌아올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큰 형벌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던 존재로 변하는 것이다. 약자를 혐오해왔다면 자신이 세상의 부조리로 약자가 되었을 때 자기 자신을 견딜 수 없다. 그때가 오면, 끝없는 자기연민과 자기혐오의 순환 속, 미성숙한 방어기제 자신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곳은 더욱 더 깊은 어둠속 뿐이다.
그래서 한때 유행했던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꺼야?' 라는 질문은 기능의 상실과 존재의 가치에 대해 중요한 담론을 제시한다. 이 질문에서 당신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스스로를 대할 태도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레고르 잠자의 가족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잠자를 죽도록 두었다. 만약 그들 가족 중 다른 누군가 다시 벌레가 된다면, 그들은 일련의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이런 태도는 주인공을 지옥으로 이끌었고, 그 지옥에 그들이 굴러 떨어지는 순간 , 그들은 아무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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