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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보는 불공평한 사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인간처럼 실수를 하며, 인간처럼 폭력적이다. 하지만 전능한 능력으로써 인간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서며, 인간이 선을 넘어서는 것을 결코 용납치 않는다. 그들은 잔인하게 보복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도덕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제우스와 포세이돈과 같은 남신들은 수많은 간통과 강간을 저질렀고, 헤라와 같은 여신은 제우스의 다른 여성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잔혹하게 괴롭힌다. 이러한 신화적 특성들은 당시 지도층의 권위를 공고히 하고 지배계급의 어떤 행동에도 피지배 계급이 복종하도록 암암리에 세뇌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신의 시대가 지나면서 그들의 도덕적, 능력적 결함은 갈수록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의 행동은 순전히 선의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신들로부터 엄중한 벌을 받는다. 이와 유사하게, 성경의 이야기에서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 지혜를 얻었지만,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결과를 맞이한다. 두 이야기는 모두 기술과 지혜의 획득이 역설적으로 지배계층에게 벌을 받는 것을 초래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새로운 깨달음이 지배계급을 뒤흔들게 될까 염려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메타포를 부여한 것 같다. 예수의 가르침도 당시 지배계층에게 환영받지 못했듯이 말이다.
즉 신 자체가 불공평의 상징이다. 이러한 불공정은 단지 신이 벌을 주는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축복 또한 불공정하다. 피그말리온은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신이 이루어져 불가능을 만들어낸 매우 드문 사례이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열망과 사랑으로 조각상인 갈라테이아를 창조하고, 그 진정한 사랑이 신들에게 감동을 주어 그녀를 생명으로 불러오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신의 세계에 영향을 미친 긍정적인 사례이다. 반면,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내려갔지만, 그의 간절한 바람은 비극으로 이어진다. 둘 모두 인간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신에게 요청했다는 차이가 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일반적으로 신이 인간에게 소원을 들어줄때는 오르페우스 처럼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 같은 조건을 내건다. 지만 피그말리온은 사실상 그런 조건 없이도 원하는 것을 이루어냈고, 오르페우스는 페널티를 감수해야만 했다. 희망은 비슷했으나. 서사의 결말을 아주 달랐다. 축복 또한 공정하지 않게 내린다.
신이 잘 등장하지 않는 인간 중심의 이야기에서도 이런 불공평한 서사는 정당화된다.
그라이 아이와 메두사는 신의 벌을 받은 일종의 장애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는 신화 안에서 사악하게 묘사됩니다. 둘다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사회에서 소외되었지만, 당연하게도 흉악한 형태를 가진 악당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페르세우스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들의 하나 뿐인 눈을 가로채기까지 한다. 하지만 신화에서는 이를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처럼 묘사한다. 동시에 메두사가 원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신의 저주로 변했다는 부분을 생각하면, 장애를 일종의 '신의 천벌'로 '뭔가 나쁜 짓을 해서 벌을 받은 걸거야.' 라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고가 바탕된다. 이런 묘사는 장애에 대한 당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즉 '지배계층인 신은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정당한 지배자이며, 피지배계층끼리는 완벽히 평등한 사회이니 모든 벌은 자신의 업보로 인해 돌아온 것이다. 고로 사회 구조가 아닌 피해자를 비난해, 이 구조에 의심을 가지지 말거라' 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은 고의적인 불평등을 담당한다. 이런 불평등은 당시 사회 체제를 공고히 하도록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 자체를 부도덕하다고 비난하기 보다는 그 당시의 사회상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도구로써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신이 사라진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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