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분석

책 '이기적 유전자' 리뷰

걍판자 2025. 3. 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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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 유전자에 관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반응이 제각각이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누군가는 제목만 보고  책이 궁극적으로 '인간은 나쁘다'는 성악설을 말한다고 착각한다. 작가도 제목을 '이기적 유전자'가 아닌 '불멸의 유전자' 라고 하는게 더 적합했을거라고 서문에 밝힌 것처럼, 제목만 알고 있다면 내용을 오해 할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책을 제대로 읽었으나 큰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이 책의 말대로라면, 우리의 자유의지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숙주인 유전자가 시키는 데로 일하는 게 우리의 본질 아니냐고 말이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책이 말하는 내용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 라는 당위가 아닌 사실을 말하는 책이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잘 양육하기 위해 진화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여성은 사회에 진출하지 말고 아이나 낳으라는 말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를 사실을 바로 당위로 치환하는 '자연주의 오류'라고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 읽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실은 사실이고 그 자체로 당위는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사실을 말하는 이 책을 바탕으로 절망하지 않고 도리어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진화론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기존에 진화론을 알고 있다는 사람들도 자연선택이 종의 이득을 바탕으로 작용한다고 착각하였다. 그렇게 알고 있기에 우리는 같은 종끼리 도와가며 무리생활을 하고, 종의 이익을 위해 이타성이 발휘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완전히 틀렸다. 자연선택은 종 단위로 작용하지 않는다. 생명체는 집단선택설의 종 이기주의가 아니라 유전자 단위 즉 개체이기주의 로 작동한다. 유전자의 이러한 이기성으로 이타성을 설명한다. 생명은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기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더 공통된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호의적으로 대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가 자식을 섬세하게 보살피는 것이다. 우리가 호의를 베푸는 대상은 혈연이 아닌 경우도 있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다양한 생물의 공생관계와 서로의 호의를 기대하고 주고받는 상호 호혜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믿는 도덕도 여기서 기원한다. 어떤 집단은 '효'를 중요시 하고 다른 집단은 경시한다고 쳐보자. '효'를 미덕으로 삼는 집단일 수록,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기고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같은 집단 내의 사람들을 서로 돌보는 게 미덕이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활과 전쟁에서 유리했을 것이고, 더 오래 살아남아 유전자를 남겼을 것이다.
 
수백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우리의 도덕이 신이 부여한 것인 줄 알았다. 그리고 도덕과 윤리가 무엇인지 아는 우리가 동물과 신 사이에 있는, 생명체 중 가장 뛰어난 존재라고 여겼다. 이는 다른 동물을 잡아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합리화 하는 동시에, 세계를 창조한 신이 인간을 사랑하고 살핀다고 생각하는 종교의 발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종교는 대부분 금욕적인 형태를 띄었는데 이 역시도 진화와 관련이 있다. 생산성이 지금보다 훨씬 떨어지는 시절, 모두가 배부르게 먹을수 없었다. 한정된 자원을 나눌 수 밖에 없었고 그러기에 좋은 방법은 금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는 이후의 미래, 진화가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시절, 우리의 도덕과 진화에 관한 생각들은 때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더 많이 진화한 우월한 종이 더 열등한 종을 없애고,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사상은 우생학으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퇴화 역시 진화의 일종이다. 다른 종보다 더 우월한 종은 없다. 생존에 적합한 개체만 있을 뿐. 종의 표준도 없다. 종은 명확하고 이상적인 기준이 있고 그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종은 유전자 풀 그 자체다. 따라서 우리의 다양성도 진화의 산물이다.
 
누군가는 절망할 것이다. 도덕과 윤리조차도 자연선택 된 것이며, 본질이 될 수 없다는 부분에서 말이다. 하지만 본질이 아니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진화에서 교훈을 배울 수 있다. 호의를 받으면 배푸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고, 악의로 가득한 개체는 결국 나가 떨어지며, 주위 사람들을 보살피는 사람들만이 더 오래 흔적을 남기며 살아갈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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